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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상도 촌할아버지의 사람냄새
평점 ★★★★★



경상도 촌할아버지의 사람냄새

하루에 네 번 지나다니는 버스를 집어타고
정류장 표시도 없는 곳에 내리면 까치가 숨어든다는 마을,
경상북도 성주군 수륜면의 작은동입구입니다.

그 마을에는 아흔 살을 훌쩍 넘긴 할아버지 한 분이 노령에도 불구하고
논일밭일을 척척 해내며 살고 있다는 소문이 떠돕니다.
태어난 즉시 출생신고를 하지 않던 그 옛날의 풍속을 생각해보면
얼추 백 세 쯤 되었을 할아버지 성함은 문상의옹.

깊은 산골 마을에서 태어나 농사짓고 장가를 들고
그렇게 70년을 훌쩍 넘게 같이 산 아내를 먼저 떠나보낸 뒤에도
여전히 그 집에서 백 년 가까이 살아오는 분.
게다가 외지의 영향을 거의 받지 않고 평생을 농사만 지어온 분이라면
틀림없이 그 옛날의 말투와 습관, 사고방식이 고스란히 남아 있을 것이지요.

우리 것을 찾아서 길을 떠나 카메라에 담기를 좋아하는
사진작가 이지누씨는 문상의 할아버지를 찾아왔습니다.
그리고 3년에 걸쳐 그곳을 드나들며 촌할아버지와 대화를 나누고
사진을 찍고 일을 배우고 머슴살이 한 것에 쇠경을 졸라서 받아내고
함께 라면을 끓여먹었습니다.
서울의 젊은 사진작가는 훌쩍 나타났다가 훌쩍 떠나지만
백 년을 그곳에 붙박이로 살아오신 할아버지의 인사는
언제나 한결같이 “왔나?” “가나?”뿐입니다.

그리고 멀쩡한 사람의 손을 두고 왜 기계에 의지하느냐며
평생을 손에서 낫과 호미를 놓지 않았고,
꼭 할아버지처럼 나이든 소의 느린 걸음에 맞춰 50미터를 30분 걸려 걷는,
정말로 느리게 사는 분입니다.
하지만 도시의 사진작가 앞에서 좀 멋지게 보이고 싶어
양복저고리를 입고 농사일을 하는가 하면,
흥이 날 때면 백발가를 구성지게 불러
서울로 돌아오는 승용차 안에서 도시의 사진작가를 눈물짓게 만듭니다.

지독한 경상도 사투리로 이야기를 나누며 마음을 주고받던 두 사람의 모습을 두고
작가 공선옥씨는 두 남자의 지독한 연애담이라며 슬쩍 놀려대기도 합니다.
지금은 세상을 떠나 할머니의 무덤 속에서
백 년의 고된 육신을 쉬고 계신 할아버지.
뭐 요란하지도 대단하지도 않는 담담한 사진작가의 글과 사진이지만
그 속에서 야생꽃 향기가 진하게 풍기는 사람을 만날 수 있었습니다.


오늘의 책, 이지누의 글과 사진 《뭐라, 내한테서 찔레꽃냄새가 난다꼬》입니다.

출처. YTN 지식카페 북칼럼리스트 이미령





2011.04.09 BayZ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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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아직, 어른이 되려면 멀었다
우리 서로 기쁜 사람이 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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