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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양 간 벗에게 띄우는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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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양 간 벗에게 띄우는 글

조선 중기를 대표하는 문장가이자 정치가이며 사상가인 신흠에게는
박동량이라는 친구가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 두 사람이 어쩌다 그만 같은 시기에 유배가게 되었습니다.

그러자 나그네를 자처하는 신흠은 유배지 오두막에
몸을 의탁해서 사는 친구 박동량에게 이런 글을 써서 보냈습니다.

“가진 게 많다고 해서 있는 체 하는 사람은 정신 나간 자이고,
가진 게 많으면서도 가질 맘 없는 듯 꾸미는 사람은 사기꾼이고,
가진 게 많으면서 그 가진 걸 잃을까 전전긍긍하는 사람은 욕심쟁이이고,
가진 게 없으면서 기필코 가지려 애쓰는 자는 조급한 사람이다.

참으로 삶이란 내 소유가 아니고
하늘과 땅이 잠시 맡겨 놓은 것일 따름이다.
삶도 이러한데 더욱이 밖에서 오는 영욕이나 화복,
득실이나 이해 따위야 어떠하겠는가.
이것들은 본래 있는 게 아니라 잠시 우리에게 위탁된 것일 뿐이다.
그러니 어찌 일정할 수 있겠는가.
원래 영욕이나 화복, 득실, 이해가 일정치 않은데
사람들은 이것에 좌지우지되어 변한다.
그러므로 주어진 환경에 따르면서 집착과 구속을 버리고
진심을 다해 하늘을 섬긴다면 잠시 천지간에 몸을 맡기고 산다 하더라도
사람이 자신에게 기댈지언정 자신은 사물에 기대지 않게 되고,
형체가 마음에 기댈지언정 마음은 형체에 기대지 않게 된다.
이렇게 된다면야 어딜 가든 몸을 맡기고 살 수 없으리오.

풀은 꽃이 핀다고 해서 봄에 감사하지 않고,
나무는 잎이 진다고 해서 가을을 원망하지 않는다.
삶을 잘 영위하는 것은 잘 죽을 수 있는 길이다. 그러므로
몸을 맡기고 사는 동안 잘 한다면 죽는 것 역시 잘 마무리 할 수 있다.
우리의 나그네 처지와 부쳐 사는 생활이 언제쯤 끝날지 모르겠지만,
나그네 처지에서 풀려나고 유배지 오두막에 몸을 맡기고 사는
신세에서 풀려나는 것 역시 조물주에게 맡겨둘 뿐
나와 영감은 개의치 않는다. 다만, 지금 내가 나그네 처지에 맞게
떳떳이 살아가고 있으므로 이런 생각을 적어 기재영감에게 보낸다.”

권력에서 한없이 밀려나 외진 곳에서 유배생활을 해야 했던 두 사람.
처지가 힘겹더라도 힘겨운 그대로 의연하게 견디자는
벗의 글에 분명 친구 박동량은 크게 힘을 얻었을 것입니다.


오늘의 책, 신흠 선집 《풀이 되고 나무가 되고 강물이 되어》입니다.

출처. YTN 지식카페 북칼럼리스트 이미령





2011.03.11 BayZ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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