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늙은 거지의 은전 한닢
평점 ★★★★★



서른 여섯 살 중년 고개는 넘어서야 그 맛을 알 수 있다는 수필.
오늘은 수필가 피천득 선생의 작품 가운데
‘은전 한 닢’이란 수필을 조금 소개하려 합니다.

예전 상해에서 본 일이다.
늙은 거지 하나가 돈 바꾸는 집에 가서 떨리는 손으로
1원짜리 은전 한 닢을 내놓으면서
“황송하지만 이 돈이 못 쓰는 것이나 아닌지 좀 보아주십시오”하고
그는 마치 선고를 기다리는 죄인과 같이
돈 바꾸는 집 주인의 입을 쳐다본다.
주인이 거지를 물끄러미 내려다보다가 돈을 두들겨 보고
“좋소”하고 내어준다.
그는 “좋소”라는 말에 기쁜 얼굴로 돈을 받아서 가슴 깊이 집어넣고
절을 몇 번이나 하며 간다.
그는 뒤를 자꾸 돌아보며 얼마를 가더니
또 다른 돈 바꾸는 집을 찾아 들어갔다.
품속에 손을 넣고 한참 꾸물거리다가 그 은전을 내어놓으며
“이것이 정말 은으로 만든 돈입니까?”하고 묻는다.
진짜 은전이 맞다는 답을 듣자 늙은 거지는
은전을 얼른 집어서 가슴에 품고 황망히 달아난다.
그리고는 어떤 골목 으슥한 곳으로 찾아 들어가더니
벽돌 담 밑에 쪼그리고 앉아서 돈을 손바닥에 놓고 들여다보고 있었다.
그가 어떻게 열중해 있었는지 내가 가까이 선 줄도
모르는 모양이었다.

“누가 그렇게 많이 도와줍디까?”하고 나는 물었다.
그러자 그는 내 말소리 움칠하면서 손을 가슴에 숨겼다.
그리고 달아나려고 했다. 내가 그를 안심시키자
한참 머뭇거리다가 그는 나를 쳐다보고 이야기를 하였다.

“훔친 것이 아닙니다. 길에서 얻은 것도 아닙니다.
누가 저 같은 놈에게 1원짜리 은전을 줍니까?
잔돈 한 닢을 받아본 적이 없습니다.
한 푼 한 푼 얻은 돈에서 몇 닢씩 모았고
이렇게 모은 돈을 잔돈닢과 바꾸었고 이렇게 여섯 번을 하여
여섯 달이나 걸려 겨우 이 귀한 은전을 얻게 된 것이지요.”

그의 뺨에는 눈물이 흘렀다.
나는 “왜 그렇게까지 애를 써서 그 돈을 만들었단 말이오?
그 돈으로 무얼 하려오?”하고 물었다. 

그는 다시 머뭇거리다가 대답했다.
“이 돈 한 개가 갖고 싶었습니다.”

요즘의 우리를 보자면,
수 천 만원, 수 억 원의 돈 단위를 거침없이 말하면서도
월급마저도 온전히 제 손아귀에 쥐어보지 못합니다.
그래서일까요,
고생 끝에 겨우 장만한 은전 한 닢을 어루만지며 감격하는
거지의 눈물이 차라리 부럽기까지 합니다.


오늘의 책, 피천득의 《인연》입니다

출처. YTN 지식카페 북칼럼리스트 이미령





2011.02.26 BayZ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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