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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잇값을 하는 늙은 작가이고 싶다
평점 ★★★★★



지난 22일 토요일 새벽에 홀연히 세상을 떠난 고 박완서 작가.
그 분은 혹독한 찬 기운에 인정이 얼어붙은 우리 시대의
훈훈한 솜이불 같은 문인이었습니다.
마흔의 나이에 늦깎이 등단을 한 뒤,
너무 늦게 작가의 꿈을 이루었다고 생각했을까요,
고인은 속속 굵직한 작품을 독자들에게 선보였습니다.
사람 혼을 쏙 빼놓는 촌철살인의 문장이나
청량음료처럼 갈증을 단박에 가시게 하는 내용보다는
한참을 달군 구들장에서 풍겨나는 우리네 삶의 솔직한 한숨이
짙게 배어나오던 고인의 작품들.
그래서인지 사람들은 같은 시대를 함께 살아와준 작가에게
고마움을 느끼고 위안을 얻었습니다.

“신이 나를 솎아낼 때까지는 이승에서 사랑받고 싶고,
필요한 사람이고 싶고,
좋은 글도 쓰고 싶으니 계속해서 정신의 탄력만은 유지하고 싶다”던
바람대로 고인은 세상을 떠날 때까지
작가 지망생의 작품들을 심사하며 작가로서의 생명을 지켜냈다고 하지요.

온 세상이 새하얀 눈으로 덮이던 날 부음을 접한 뒤,
고인의 마지막 작품집이 되어버린 산문집을 펼쳐들었습니다.
그 첫 페이지에 자리한 서문에서 눈물이 핑 돕니다.
어쩌면 이 서문이 이승의 독자를 향해
작가가 마지막으로 나지막이 읊조린 유언이 아닐까 합니다.
그는 이렇게 말하였습니다.

“또 책을 낼 수 있게 되어 기쁘다.
내 자식들과 손자들에게도 뽐내고 싶다.
그 애들도 나를 자랑스러워했으면 참 좋겠다.
아직도 글을 쓸 수 있는 기력이 있어서 행복하다.
쓰는 일은 어려울 때마다 엄습하는 자폐의 유혹으로부터 나를 구하고,
내가 사는 세상에 대한 관심과 애정을 지속시켜 주었다.
또한 노후에 흙을 주무를 수 있는
마당이 있는 집에 산다는 것도 큰 복이다.
내 마당에 몸 붙이고 있는 것들은
하루도 나를 기쁘게 하지 않는 날이 없지만 손이 많이 간다.
그 육체노동 덕분에 건강을 유지한대도 과언이 아니다.
나를 지탱해주는 이 양다리가 아직은 성해서
이렇게 또 한 권의 책을 묶을 수 있게 된 것을
스스로 대견해하고 있다.
늙어 보인다는 소리가 제일 듣기 싫고,
누가 나를 젊게 봐준 날은 온종일 기분이 좋은 평범한 늙은이지만
글에서만은 나잇값을 떳떳하게 하고 싶다.”


오늘의 책, 박완서 산문집《못가본 길이 더 아름답다》입니다.

출처. YTN 지식카페 북칼럼리스트 이미령





2011.02.04 BayZ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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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인한 어머니, 그 슬픈 억척스러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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